2005 대구참여연대 희망의 길을 찾아

2005 대구참여연대 희망의 길을 찾아

갑신년 한해가 저물고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대구참여연대는 1998년에 출범하여 8주년을 향해 가고 있다. 갑신년 한해를 돌아보며 대구참여연대 2005년을 전망한다.

근대 이후 갑신년과 을유년은 60년에 한번씩 돌아올 때마다 빠짐없이 격동의 중심에 있었다. 1884년 갑신년에는 개화파 개혁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혁명인 갑신정변이 있었고, 1945년 을유년에는 한국 역사에서 최대 치욕이자 고난의 세월이었던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 21세기 첫 갑신년인 작년에도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획을 긋는 두 사건이 있었다. 해방과 한국전쟁, 1960년의 4월 혁명, 5.16군사쿠데타 및 10월 유신, 1980년의 5.18 민주항쟁에 이어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처음으로 헌법이 이름붙인 ‘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근접한 국가와 사회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친일부역세력과 군사독재세력이 수십 년을 지배해 온 한국사회의 시스템 변화가 근본적인 민주주의 혁명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고, 독재세력과의 타협을 통하여 이루어져 온 것이 1987년 이후 현재까지의 현실이다. 독재 잔재 세력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들의 희망이 충돌된 지점이 2004년 대통령 탄핵을 통하여 구체화되었다. 대통령 탄핵은 낡은 세력의 저항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꺾어 버릴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지만, 그로부터 수개월 뒤에 있었던 수도이전의 위헌결정과 좌절은 한국사회의 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는 2003년 2.18지하철 참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이고,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불황으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70,80년대 수출의 주역을 자임하던 대구의 섬유업은 국제경쟁력과 함께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앞길을 전망하지 못하고 있고, 밀라노프로젝트 등 대구시가 추진하려는 경제회생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패와 독선의 위험에 대한 경고만 들려오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대구시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대구의 공식적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대구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으나, 리더십의 공백을 메꾸어 주는 시민들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우리 단체의 한해를 돌아본다.

정치개혁운동을 마무리하고 2004총선에 대한 시민운동의 공동행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이 발생하고 대구참여연대의 주요 역량은 탄핵무효와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전국적 국민행동에 투여되게 된다. 탄핵에 대한 시민들의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은 탄핵무효운동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였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대구참여연대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무처장이 형사 입건되는 아픔도 겪었다.

2003년에 이어 지속된 이라크 파병반대의 함성은 대구참여연대뿐 아니라 대구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주요한 화두였다. 세계평화와 이라크인의 생명, 한국을 전범국가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라크파병 반대운동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반전운동이었다. 시민사회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로 떠났고, 파병을 추진한 세력들은 이제 다시 파병연장 동의안 국회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파병반대운동의 와중에 김선일이라는 한국청년의 죽음은 큰 충격을 주었으나 국민들은 이를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제시하였던 주요 사업목표로서 권력감시 운동의 내실화, 주민자치 운동의 실천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가. 버스요금 책정과 관련한 비판과 감시, 인상에 대한 반대운동, 대중교통혁신위원회 참가, 사회단체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제도개선활동, 지하철 파업에 대한 중재활동 등 주로 대구시 행정을 둘러싼 다양한 권력감시 활동은 예년에 이어 강력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회원들과 정보를 나누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운동방식을 만들어 내지 못한 점은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주민자치운동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아양교 보도교의 장애우 보행불편에 대한 항의와 개선 활동을 한 동구주민회의 사례에서 보듯이 활동경험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시민운동을 하는 조직 중 대구참여연대는 일찍 주민운동에 눈을 뜬 편이다. 그러나 매우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산업기반이 약한 대구경제는 힘든 한해를 보내야 할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확하고 공정한 자원배분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구참여연대의 활동은 궁극적으로 대구와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화상경마장 등 비생산적인 부문의 유치에 주력하거나, 이미 상당부분 실패의 결과와 부정부패의 현실을 보여준 각종 비생산적 프로젝트에 대하여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여야 할 것이고, 지하철 3호선이나 고속철도 통과방식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관련하여 명분을 내세워 시민의 세금이 낭비되거나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무리한 계획을 강행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대구참여연대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과 생존의 한계상황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이웃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따뜻한 연대의 움직임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일제잔재의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등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과제들에 대한 전국적인 시민사회운동의 공동행동에 함께 하여야 할 것이고,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이라크파병반대 운동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서는 간부들이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고, 회원들은 단체의 활동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할 것이다. 관심을 가진 시민들에게 대구참여연대를 알려 나가고, 어려운 재정현실을 회원과 임원들이 합심하여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회원들의 생활공간인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주민생활 개선 및 권력비판의 과제들을 잘 파악하여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민운동의 씨앗을 뿌려나갈 것이다. 이를 통하여 대구참여연대는 시민과 함께 하는 참여민주주의 운동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세워 나갈 것이다.

올해는 대구참여연대의 지역조직이 각 구별로 뿌리를 내리고,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해로 기록되기를 희망해 본다. 갑신년 한 해, 대구참여연대를 통하여 참여와 나눔, 봉사를 실천한 모든 회원과 임원들께 감사드리며, 고생한 상근활동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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