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국민의 알권리를 중심에 두고 풀어라

‘X-파일’ 폭로 후 삼성, 언론, 검찰, 정치권 등의 대응행태를 보며 참으로 섶瓚?요지경 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언론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재벌 거간꾼 노릇까지 하는 언론의 행태를 보며 비판하기에 앞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재벌기업인 삼성과 거대언론사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이 정치권의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모임을 갖고, 이회창 후보에게 거액의 돈을 음성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이들은 다른 정치인들과 검찰에까지 이른바 ‘떡값’을 챙겨주면서까지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려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주와 측근들이 ‘사전모의’후 김대중 후보 당선을 막기위해 건강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로 하고 조선일보와 월간조선등을 통해 이를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지난 92년, 97년, 2002년 대선에서 조선일보가 극심한 편파왜곡 보도를 자행한 배경과 편파왜곡 보도 자행 시스템이 드러난 셈이다.

X파일, 언론권력화의 심각한 폐해 한 단면

언론계 입장에서 보면 이번 ‘X-파일사건’은 한마디로 언론권력화와 1인 사주 지배 소유구조의 소름끼치는 폐해의 한단면이다.

언론이 사실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넘어 권력화해 기득권 집단이 되었을때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권력 이동기에 사주는 어떻게 지면 구성에 관여해 지면을 농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증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사안을 보도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 역시 당시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중앙일보는 ‘다른 언론사들도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는 ‘물귀신작전식’ 보도를 넘어 ‘불법도청’ 문제만을 부각시키고 경-언-정-검 유착문제는 덮어 결과적으로 홍석현씨와 삼성을 보호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일보는 25일 1면에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사설의 제목과 달리 중앙일보의 지면은 부적절한 유착관계에 대한 구차한 변명, 자사를 비판하는 다른 언론사들을 향한 겁박, 도청의 불법성과 음모론 부각을 통한 물타기 등으로 넘쳐났다. <“중앙일보는 물론 다른 언론사 임원들도 도청,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 없다”>(1면), <“조선·동아 지금 제정신 아니야…역겨워”>(3면), <불법도청 테이프 유출, 왜 특정 기업·언론사 것만 나도나>(4면) 등의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중앙일보가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중앙일보는 전(前) 안기부 미림팀장 공 아무개씨가 24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 가운데 다른 언론사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부분을 적극 부각시켰다.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한 곳이 초상났다고 좋아서 그래선 안 되며 언제 상대방도 발칵 뒤집어질 수 있을지 모른다”, “도청을 통해 여러 언론사들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등의 공씨 발언이 거듭 인용됐다. 조선일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의 불법도청팀 ‘미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사태를 ‘불법도청’의 문제로 몰아갔다. 또한 ‘정치권 중에 돈 안받은 사람이 없다’는 미림팀장 공모씨의 발언을 부각하고, 여야 모두가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는 식으로 사태를 물타기하고 있다.

국민들의 X파일의 내용을 정확히 알권리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방송과 일부 신문사들 또한 도청문제와 관련수사진행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미림팀장의 자살시도, DJ연루 등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의혹을 쫓아가, 경-언-정-검유착의 암세포덩어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스러운것은 사실상 대부분의 언론이 불법도청문제로 의제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언론의 의도적인 물타기와 의제 왜곡에 속아넘어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번사건은 불법도청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위반 등의 형식적 법논리로 풀 사안이 아니다. 삼성이 주연을 맡고, 중앙,조선, 검찰, 정치권이 조연으로 출연해 금력을 앞세운 전방위로비 작품이다.

국민의 참정권을 내용적으로 말살하려는 행태이므로 국민들은 X-파일의 내용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사태해결을 위해서도 진상규명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관련단위들이 먼저 과거의 부끄러운 행태를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후 테잎공개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특별히 언론계의 또 다른 B씨와 K씨의 불법적 뒷거래에 관련된 테잎이 있다면 전면공개해 반성과 부활의 계기를 주어야한다. 이모든 해결의 열쇠는 언론이 쥐고 있다. 모든 언론사는 삼성보다 무서운 국민을 믿고 진상규명을 위해 제대로 보도해야한다.

특별히 중앙일보내 양심적인 언론인들은 삼성-홍석현-중앙으로 이어지는 사슬을 과감히 끊고 독립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나서야한다. 아울러 이번 ‘X-파일’사건을 계기로 통비법위반-불법도청문제라는 형식적 법논리와 검은 유착고리를 폭로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한다는 ‘공익’이 충돌할 때 우리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에 다시한번 부도덕한 언론사주의 타락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엄청난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언론을 살리기 위해 언론사소유지분분산논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또 사주 단도리를 위해 언론사주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언론기업에도 민주적 합리경영을 꾀하는 법제도마련이 시급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정.경.검.언 유착, 이참에 뿌리뽑자

‘X-파일’폭로로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삼성은 삼성대로 ‘언론보도가 춤을 추고 있다’’우선 문화방송과 한겨레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시작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만 가만 있으면 아무 문제없다“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X-파일’이 조작되었다며 물타기 공세에 나서다가 추가로 274개 테잎의 존재가 알려지자 ‘내용공개에 반대하지 않늗다’는 전향적 태도로 전환했으나 특검을 주장하다 돌연 ”특검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반성하고 거듭나려하기는 커녕 삼성보호를 위해 불법도청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불법도청유통경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 불법 도감청문제에 대한 대통령발언이 있은 뒤 불법도감청문제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도청내용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8월 24일 대통령은 “97년 대선비자금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다행히 다음날 천정배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은 대선비자금을 둘러싼 불법행위까지 수사하지 말라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이상호엑스파일의 내용수사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X파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사회는 정상국가로 새출발하느냐 아니면 과거의 정경검언유착의 암세포덩어리를 안고 사느냐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X-파일을 올바르게 처리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중심에 두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소수가 관련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법적 절차에 따라 특별법을 만들어 테잎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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