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아 모여라’ – 박노해

촛불아 모여라    박노해

웃는 밥을 먹고 싶다 /  꿈꾸는 밥을 먹고 싶다
삶의 최초이자 최후인 밥상 앞에 / 내 생명이 불안하다

미친 소가 밥상을 짓밟고 / 이 나라 밥상을 갈라 놓는다
부자들의 안전한 밥상과 / 우리들의 병든 밥상으로

이건 아니다 / 이건 아니다

풀꽃 같은 우리의 삶과 / 푸른 오월의 우리 아이들을
미친 소처럼 몰아내는 시대

아이들이 무슨 죄냐

대지에서 자란 우리 말이 아닌 영어부터 먹고
사랑과 우애가 아닌 성적을 먼저 먹고
자기만의 꿈이 아닌 경쟁을 먼저 먹고
돈만 보고 끝도 없이 달려가라 한다

이건 아니다 / 이건 아니다

미친 소를 타고 달리는
앞이 없는 미래는 끝나야 한다
나는 살고 싶다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 이제 더는 부끄럽게 살지 않으리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 앞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리

이 작은 촛불을 밝혀 들고
미친 소를 넘어 대운하를 넘어
끝없는 불안과 절망을 넘어
한 걸음 더 희망 쪽으로 손잡고 나아가리

촛불아 모여라 / 촛불아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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