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한전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지중화 논의에 나서라

청도삼평리

한전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지중화 논의에 나서라

청도 삼평리 송전탑 일방적 공사강행 후 10일차를 맞으며

1. 지난 7월 21일(월) 청도 각북면 삼평리 송전철탑(23호기) 공사가 기습적으로 재개된 이후 열흘이 지났다. 한전은 자신들이 법원에 신청한 법적 절차(대체집행 신청에 따른 심리)마저도 스스로 깨뜨리고, 마치 군사작전하듯 울타리를 둘러쳤다. 그러고는 경찰의 물샐틈없는 호위를 받아가며, 하루에도 60~70여 차례 헬기를 띄워 공사를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주민들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고 노동자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헬기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 지난 열흘간 삼평리 주민들과 연대시민들은 연일 35도, 체감온도 5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에서, 한전의 공사부지 입구를 점거한 채 길바닥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4시간 공사현장을 에워싸고 있는 경찰과 코앞에서 대치한 상태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작은 마찰과 충돌이 끊이지 않는 등 주민들의 일상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주수입원 중 하나인 복숭아 수확 등 생업에도 큰 지장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3. 지난 28일과 29일에는 70~80대의 삼평리 할머니들이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레미콘 트럭을 길바닥에서 몸으로 막아서는 눈물겨운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맨몸으로 피켓 하나만을 든 채 폭염의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송전탑 공사중단을 요구하던 할머니들은 결국 경찰에 의해 끌려나와 고착된 채 여경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실신하여 응급실로 후송되기도 했다.

4. 무엇보다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마치 한전의 경비용역인 양 굴면서, 반대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대하는 경찰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행태이다. 이것은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들에 대한 대응 수위보다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장에 대한 자신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불과 10일 만에 연행 18명, 응급후송자 8명, 부상자 속출 등이 경찰의 광기에 가까운 폭력성을 그대로 반증한다. 한마디로 삼평리에서 경찰의 대응은 지금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5. 무엇보다 우리는 청도경찰서장 이현희의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을 통해, 지금 공권력이 삼평리 주민들을 대하는 권위적 시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종일 농성을 이어가는 할머니들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고 연대시민들이 가림막을 설치하려고 할 때, 이현희 서장은 그것을 강압적으로 막도록 지시했고, 인권보호 차원의 선처를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나는 인권에 관심 없다”고 대꾸했다. 또 공사장 입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규하는 할머니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면서 “주민들이 한전 직원들을 ‘감금’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등, 반인권적인 망언을 잇따라 내뱉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레미콘 트럭 앞에서 절규하는 할머니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게 한 것은(이현희 서장이 직접 현장지휘),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이 송전탑 공사가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을 갖추지 못한 불법적 공사임을 우리는 그동안 누차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 열흘간의 농성기간 중, 그동안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았던 주민들이 농성장을 방문해오면서, 송전선로가 이런저런 터무니없는 이유들에 의해 변경된 것이라는 정황들과 증언들이 확인됨으로써, 그동안 삼평리 주민들이 끈질기게 주장했던 의혹들이 사실이었음이 다시한번 확인되고 있다. 지금의 선로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각종 이권과 한전의 편의주의에 의해 임의적으로 그어진 것에 불과하며, 그런 탁상설계에 의해 결국 삼평리 주민들의 삶은 지금 전쟁과도 같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주민들로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억울함과 분노는 결코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 아니다.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 특히 결국 이렇게 평생의 결실과 보람이 무너진다고 느끼는 70~80대 할머니들이 자칫 불상사를 당하지 않을까, 대책위 활동가들은 지금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보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7.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한전과 경찰에 요구한다.

– 한전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요구인 23호기 구간 지중화 논의에 나서라.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지중화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검토한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성의있게 협의에 나서는 것만이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수습책임을 기억하라.

– 경찰은 한전의 경비용역 노릇을 중단하고, 삼평리에서 즉시 철수하라. 이것은 결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 특히 이현희 서장을 비롯한 청도경찰서 대부분의 직원이 지역의 다른 문제들은 내팽개쳐둔 채 6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 삼평리에 24시간 주둔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혈세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로 주민들의 숨통을 옥죄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그간의 망언과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지휘방침에 대해 주민들 앞에 사과하라.

2014년 7월 30일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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