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제] “고운 님들이여 생명의 별밭에서 편히 쉬소서”

2.18 대구지하철참사 추모2주기 범시민 추모식 가져

“고운 님들이여 생명의 별밭에서 편히 쉬소서”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지하철 참사 2주기 추모 싸이렌이 대구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유족들의 오열과 한숨이 터지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이내 잔뜩 찌뿌린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지 꼭 2년이 되는 오늘, 시민회관 앞에서는 ‘2.18 대구지하철 참사2주기 범시민 추모식’이 열렸다. 진혼북 울림의 식전공연을 마치고 3대종단 종교의식 후 유가족 대표 및 추모위원들의 분향과 헌화가 이어졌다.

고 장정경양의 어머니 임현지씨는 사랑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 딸을 너무도 보고싶어 하는 절절한 심정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산자의 몫’이라며 추도사를 읽어내렸다.

참길회 대표 정학씨는 “우리가 2년전 잃어버린 것은 주변의 친구와 가족뿐 아니라 그들의 꿈과 가치마저 앗아간 것이다”며 “또다시 무관심으로 흔적을 지우고 있는 우리 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이다”고 통탄해 마지 않았다.

추모시와 노래가 있은 후 참가한 유족과 시민들은 모셔온 넋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담아 흰풍선을 하늘 높이 날렸다.

안타까운 마음에 추모식현장에 달려나왔다는 한인욱군은 (범물동. 중학생) “유족들의 아픈 마음이 어린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이 큰 사고를 우리는 잊어서도 지워버려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시민들의 분향이 이어졌고 잠시후 시민회관 주차장에서는 ‘안전한 지하철만들기’ 시연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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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여성연맹 대구지하철노조도 18일 오후 3시 대구시청 앞에서 ‘노동자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지하철 참사의 근본원인인 구조조정 정책은 중단되지 않고 있고 이윤과 효율에 밀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안전성이 실종되고 있다”며 “지하철의 안전과 공공성을 반드시 지켜낼 것”을 결의했다.

이후 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고(故) 정연준(당시 35세)씨 등 조합원 4명과 청소용역직원 고 김정숙(당시 57세·여)씨 등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고 이들에 대한 합동 분향식을 가졌다.
2주기 추모행사는 18일 저녁10시까지 중앙로역에서 분향을 진행하고 19일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신천둔치에서는 ‘대구시민들의 안전을 염원하는 액맥이 연날리기’가 열릴예정이다.

우리가 꽃이 되어 만난다면

우리가 꽃이 되어 만난다면
우리가 바람이 되어 만난다면
우리가 비가 되어 만난다면

입춘지나 봄이 오는 길목
물 오른 어느 들판 한 귀퉁이에서
조그맣게 실 눈 뜨는 어린 풀잎으로 피어나
두손을 꼭 마주잡고 다시 만난다면
만나서 등을 가볍게 툭치며 환하게 웃는다면

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그 어느 얼굴인들 기뻐하지 않으랴

아지랑이 피는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나
진달래가 마구 피어나는 심심유곡에서나
그렇게 꽃으로, 바람으로, 비로
당신이 다시 태어나

내 영혼을 마구 울게 한다면
내 육신을 마구 흔들어 준다면
내 일생을 봄비에 흠뻑 젖게 한다면

김용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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