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빈곤문제 어떻게 할것인가”

지난 5일 10차 정책세미나가 정책위원회와 사회복지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날 은 “빈곤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김은정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제를 했고 고석 사회복지행정연구회 전회장, 이승효 대구시 생활복지 담당, 현시웅 대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우리사회의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모두 심화되고 있음을 고찰하고 현행 복지제도 실태와 문제점, 지방정부의 빈곤문제에 대한 접근에 대한 실태 및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등에 대해서 살펴보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발제문 “빈곤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은정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I. 문제의 제기

□ 경제위기 이후 빈곤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사실상 기본적 필수자원의 부족으로 대표되는 절대적 빈곤의 문제는 1970년대 경제성장기 이후 우리사회의 주된 담론에서 배제되어 왔으나, 90년대 말의 경제위기는 이러한 절대 빈곤의 문제를 다시금 우리 사회의 주요 정책적 문제로 등장시켰다. 나아가 소득 계층별 상대적 소득수준의 격차가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소득 양극화의 문제가 현시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 특히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킨 노동시장의 유연화 현상은 경제위기 이후 절대적, 상대적 빈곤의 심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비정규직의 급격한 증가, 정규직 노동의 노동조건의 악화 등으로 인해 (국민총소득에서 임금노동자의 소득비중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되고 있으며, 이것은 현실에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임금노동자들의 빈곤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 그런데 이러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우리 사회에서만 나타나거나, 혹은 일시적으로만 나타나는 사회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등에 업고 자본의 자유이동을 전제로 하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즉, 세계화는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일국의 노동정책, 조세정책 및 복지정책이 다른 나라의 정책에 직, 간접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가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 복지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외국의 복지제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 또한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방자치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와 함께, 빈곤 심화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서도 지역사회의 책임과 역량을 강조하는 지방분권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강화 문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보는 장으로서의 오늘의 모임을 위해,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빈곤문제의 전반적 경향과 우리나라의 복지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의 빈곤정책의 최근 동향, 그리고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과제들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이를 위해 본 고에서는 첫째, 우리나라 빈곤의 실태를 고찰하고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기존의 빈곤정책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절대적, 상대적 빈곤의 변화과정을 개관하고,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행되거나 실행예정인 주요 정책들의 내용과 문제점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다음으로 현행 빈곤정책 및 향후 우리의 빈곤정책의 방향성 정립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복지개혁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만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면서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다.

II. 한국의 빈곤실태 및 주요 빈곤정책
1. 빈곤에 대한 정의
□ 빈곤의 개념은 시대, 사회,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이해된다. 추상적인 수준에서 “욕구의 불충분한 충족”을 빈곤한 상태로 본다면 (김태성, 손병돈, 2004), 어떠한 욕구가 어느 정도가 불충족된 상태를 빈곤한 것으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것이 빈곤개념의 주요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반적으로 빈곤은 다음의 네가지 상태로 구분된다.
① 객관적으로 정해진 최저한의 경제적 자원이하의 자원을 가지는 것 (절대적 빈곤)
② 특정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최저생활수준에 미달하는 자원을 가
지고 있는 상태 (정책적 빈곤)
③ 자신이 속한 사회의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을 가지는 것 (상대적 빈곤)
④ 자신이 스스로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것 (주관적 빈곤)

□ 절대적 빈곤과 정책적 빈곤은 특정하게 정해진 기준이 있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적이며, 대개 절대적 빈곤선이 정책적 빈곤선과 일치하기 때문에 유사한 정도의 빈곤율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복지국가라고 하면, 적어도 절대적 빈곤상태에 있는 빈곤계층이 정책적 빈곤인구에 모두 포함되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공공부조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합의된다. 이에 비해 상대적 빈곤이나 주관적 빈곤은 주로 다른 집단의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경험하는 불평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특히 상대적 빈곤의 정도는 우리사회의 공공성 강화나 사회연대감 확충의 기초가 되는 계층간 화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빈곤상태가 어떠한 추이를 보이며 진행되어 왔는지 간략히 고찰할 것이다 (주관적 빈곤에 대해서는 그 추이를 지속적으로 조사한 자료가 없어서 고찰이 불가능하다)

2. 한국의 빈곤현황
1) 절대빈곤의 추이
□ 2000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절대빈곤선 (최저생계비수준)이 설정되었다. 이러한 절대빈곤선은 소득에서 음식물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기초로 하거나,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모든 물품에 대해 최저한의 수준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사실상 어떤 방식을 사용하여 절대빈곤을 측정하는가에 따라서, 또 연구자나 기관이 빈곤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서 절대빈곤선의 수준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 절대빈곤의 전체적인 경향을 보면, 1960년대 이후 절대 빈곤인구가 꾸준히 감소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60년대 50% 이상 -> 70년대 20% -> 80년대 10% -> 90년대 5% 이하)

□ 이러한 절대빈곤의 감소는 경제발전에 의한 자연감소, 사회복지 정책 등 분배정책의 통한 정책적 감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가 주요한 요인이었다. 따라서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맞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절대빈곤이 크게 증가될 수밖에 없었다. (1996년 절대빈곤율 3%미만 -> 1997년 하반기 6~10%이상으로 급증)

* 정책적 빈곤의 추이
□ 정책적 빈곤이란 특정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에게 보장하고자 하는 최저생활수준보다 미달하는 상태 (김태성, 손병돈, 2004)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이전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소득기준)의 대상자 선정소득기준선이 정책적 빈곤선으로 기능한다.

□ 우리나라의 정책적 빈곤선은 1960년대 초기에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20%선으로 매우 낮게 설정되었다. 이러한 경향이 계속 지속되어오다가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로 전환되면서 평균 가구소득의 약 45% 정도로 상승하였다.

□ 절대빈곤 인구의 점차적 감소와 더불어 총 인구 대비 생활보호 대상자의 비율 (즉, 정책적 빈곤자의 비율)은 1960년대 11% 수준이었다가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평균 약 5% 수준,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3%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00년 전국의 절대빈곤율은 약 8%인데 반해 같은 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은 약 3%이다. 따라서 빈곤하면서도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인구가 거의 5%에 이른다 (김미곤, 김태완, 2004)].

2) 상대빈곤의 추이
□ 상대빈곤의 추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추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빈곤에서는 빈곤선을 대개 중위소득의 50% 혹은 평균 가구지출의 50 내지 60%로 설정하게 된다.

□ 선행연구들의 경향을 종합해보면, 1960년대 중반 이후 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의 상대빈곤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위소득의 50%로 빈곤율을 설정하면 대략 10%내외수준, 평균소득의 50%의 경우에는 20% 내외수준, 평균소득의 60%의 경우에는 30%수준의 가계가 상대적 빈곤가계라고 할 수 있다.

□ 1960년대부터 절대빈곤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경향과는 달리, 이 시기에 상대빈곤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이 절대빈곤의 해결에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이 저소득계층의 소득에 더욱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상대적 빈곤율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 경제위기 이후 빈곤상태의 변화
□ 경제위기 이전에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던 소득분배의 구조가 경제위기 이후 크게 악화되었다. 1999년에 절대빈곤과 상대적 빈곤율이 모두 정점에 이르렀으며, 그 이후 개선되다가 2003년부터 다시 악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여준다 (김미곤, 김태완, 2004).

□ 절대빈곤의 경우, 모든 계층의 실질소득이 하락했지만, 특히 소득수준에 있어서 하위 10번째 계층의 실질적 소득하락율이 다른 계층에 비해 월등히 크게 나타났다. 많은 연구들에서 1990년대 중반에 비해 경제위기 이후 절대빈곤율이 2배~3배 이상 증가하여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유경준, 2003). 이러한 절대빈곤율은 경제위기 이후 조금씩 감소하여 2002년에는 다소 낮아졌으나 2003년을 기준으로 다시금 상승하고 있는 경향이다 (2004년 현재 6.53%). (남찬섭, 허선, 2005)

□ 상대빈곤의 경우, 중간소득의 인구비율이 감소하고 하위소득 및 상위소득 인구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고, 중위소득이상 계층의 상대소득은 증가, 이하 계층의 상대소득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위 소득 50%를 기준으로 할 때, 경제위기 기간에 11%까지 올라갔던 상대빈곤율이 2002년까지 점차 감소하는 듯 하였으나, 2003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상대빈곤율이 다시 크게 상승하여 현재는 외환위기 때 보다도 더 높은 상대빈곤율을 보여 분배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04년 현재 11.2%). (남찬섭, 허선, 2005)

□ 참고로, 외환위기 이후 전체 국민소득 중 노동(임금)소득의 비중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1997년 노동소득분배율은 62.3%였으나, 1999년에는 59.6%, 2000년 58.8%로, 2002년에는 58.2%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총 국민소득 중에서 임금노동을 하는 일반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임금노동자의 수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근로조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도시근로자의 가구소득 불평등 (상위 10%계층 소득점유율 /하위 10%계층 소득점유율)도 1980년대 중반이후 외환위기 전까지는 개선되다가 (약 8배에서 약 7배로), 외환위기에는 9배이상으로 증가하였고, 2004년에는 9.4배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임금소득 불평등 (상위 10%임금/ 하위 10%임금)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4년 현재 5.13배로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높은 미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김유선, 2005).
(김유선, 2005).

□ 이상과 같이 빈곤율의 추이에 근거하여 빈곤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직관적인 설득력이 있지만, 빈곤의 심도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3. 한국의 빈곤정책
□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차원에서의 정책은 크게 다음의 세가지 정책으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로 절대비곤, 정책적 빈곤문제 해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정책은 소득보장정책으로서 그 대표적인 정책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이에 비해 상대빈곤의 문제, 소득의 불평등과 관련되는 빈곤문제 해결책은 주로 노동정책 및 조세정책으로 접근된다.

□ 아래에서는 우리사회가 빈곤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주요한 정책 내용을 개관하고 몇몇 쟁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1) 기초생활보장제도
□ 빈곤의 해결을 위한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소득보장정책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그 중심에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 사회의 빈곤계층을 대상으로 생존권 실현이 가능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줌으로써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급여를 제공해주는 대상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 중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이다. 이들에게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가 제공된다. 이러한 급여는 보충성의 원리와 타법우선적용의 원칙에 따라 지급된다 즉,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간의 차액만을 급여하며 (보충성의 원리), 타법령에서 지원되는 급여들을 우선 적용하여 그 급여를 우선적으로 인정한다 (타법 우선적용의 원칙). 결국 개별 가구의 소득인정액, 타법지원액을 모두 고려한 다음 최저생계비에 미달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보충적으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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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시되면서 생활보호제도에서 급여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자활보호대상자가 급여수급권을 갖게 되었고, 주거급여가 신설되었으며, 연령 및 기타 조건들이 수급자 선정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 그러나 수급자 선정에 있어서 현실성이 낮고 (최저생계비 선정의 비현실성 문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의 비현실성 문제, 소득인정액 산출에 있어서 재산의 소득환산 문제), 보충성 원칙에 의한 급여지급으로 인해 근로의욕의 감퇴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급여지급에 있어서 이러한 보충성의 원리는 아래에서 살펴볼 자활정책의 목표달성 또한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2) 노동연계복지제도: 자활제도
□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들에게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들의 경우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하지 않으면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수급자 본인의 생계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 자활제도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는 것은 자활의 이념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 정립이다. 복지제도를 노동과 연계하는 방식의 복지제도 개편 방향을 소외 생산적 복지로 이름 할 때, 그러한 생산적 복지의 강조는 두 가지의 다른 이념적 바탕 하에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노동시장연결모델 (Labor First Approach)로서, 이 모델은 공공부조의 급여를 노동시장 참여와 강제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수급자들의 공공부조 수급 자체를 감소시키거나 중단하려는 목적으로 노동시장과의 직접적 연결을 강조한다.  반면 인적자본개발모델 (Human Capital Development)은 공공부조 수급자의 취업가능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이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LFA 모델이 1996년 복지개혁을 통해 전면적으로 채택되었고, 프랑스나 북유럽의 경우 HCD 모델을 통한 공공부조 제도의 개혁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노동연계복지 원리에 의거한 복지급여프로그램의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노동복지 (workfare 혹은 welfare-to-work)”, 프랑스 “반소외정책(lutte contre l’exclusion)”, 벨기에 “노동을 통한 사회통합정책”, 덴마크나 스웨덴의 경우 “활성화 정책 (activation policy)” 등의 이름으로 복지개혁이 이루어져왔다 (류진석, 2004).

□ 우리나라의 경우 자활사업의 현실적 구조가 지나치게 LFA 모델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많은 선행연구들 (유태균, 2003; 이상록, 진재문, 2003)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자활대상자들의 경제적 자립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며, 자활사업이 장기적인 인적자본의 제고노력과 병행되어야만 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LFA 모델에서 지향하는 취업우선주의는 일부 빈곤계층의 경우 총명목소득은 증가시키지만 오히려 취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그들이 경험하게 되는 곤궁함 (hardships)은 더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은정, 2005; 진미정, 김은정, 2005).

□ 그 밖에 자활대상자 선정 기준의 변화 필요성, 다양한 근로인센티브 기제의 도입, 사례관리의 효율화, 자활후견기관의 개선 및 지원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노대명, 2002; 이문국, 2005)

3) 근로소득보전제도
□ 최근 빈곤해결을 위한 복지정책은 필연적으로 노동정책 및 조세정책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별 복지정책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배구조나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없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우리사회의 빈곤문제는 노동시장 유연화나 분배구조의 악화라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밀접히 관련되기 때문에, 빈곤에 대한 대응이 최저생계비에 미달되는 소득분에 대한 보충급여의 제공과 같은 방식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차상위 빈곤가구 (대개 근로 빈곤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검토되고 있는 제도가 근로소득보전제도 (EITC: Earned Income Tax Credit)이다. 이 제도는 일정시간 이상을 근로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차상위빈곤 이하에 머물고 있는 빈곤가정에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수준별로 일정정도의 현금을 부가적으로 이전해주는 소득보장제도이다. 사실상 EITC는 1975년에 처음 도입된 미국의 특정한 소득보장제도로서, 초기에는 근로빈곤층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를 보전해주기 위해 실시되었다. 소득세와는 달리 사회보장세는 저소득층에도 부과되도록 설계되어있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저소득층이 부담한 사회보장세를 조세감면법을 통해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EITC가 도입된 것이다. EITC는 특정구간의 소득까지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환급액수가 증가하도록 설계되어있고 (점증구간), 일정구간의 소득대에는 소득증가와 관계없이 환급액수가 동일하며 (평탄구간), 일정구간의 소득대에는 소득이 증가하면 환급액이 감소한다 (점감구간) (박능후, 2002).

□ 이 제도가 근로빈곤층의 빈곤완화에 일정정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다음의 몇가지 잠재적 문제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져야만 한다.

□ 첫째, 이 제도는 근로소득이 있는 빈곤계층에 대해서만 혜택이 제공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비취업 빈곤계층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사실상 비취업 빈곤계층의 경우 취업하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인적자본의 문제나 노동시장 조건의 문제로 인해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노동시장의 조건을 개선하려는 실질적 노력없이 근로빈곤층만을 지원하는 것은 빈곤계층간의 불평등 심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이 제도의 도입이 현재도 불충분한 공공부조 급여를 더 감소시킴으로써 가장 취약한 빈곤계층의 복지를 더욱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근로소득환급제도를 오랫동안 실시한 미국의 경우, 환급제도에 대한 예산 확대는 공공부조 예산의 감소를 동반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비취업 빈곤층에 대한 기초 소득보장 제도의 개선과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동반되어야만 이 제도가 빈곤계층 대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 둘째, 이 제도는 노동시장에서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의 노력을 감퇴시킬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해 낮은 임금분이 보충되면, 노동자들도 낮은 임금수준을 받아들이기 쉽게 되고 고용주도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성이 감소할 것이다. 이렇듯 근로소득환급제도는 고용주가 근로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동기를 감소시킴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이 이 제도에 의해 보충된다면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증가되는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동인이 될 수도 있다 (윤홍식, 2005). 따라서 이 제도가 실행되기 전에 최저임금수준이 현실화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유선, 2005).

□ 그 밖에도 정확한 소득파악의 어려움은 이 제도의 효과적인 실행에 대해서도 중요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소득환급액에 대한 기대로 소득신고가 성실히 수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부터 소득을 성실히 신고했을 때 얻어지는 이익 (환급금)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 세금이나 기타 복지서비스나 급여 (의료급여 등)의 가치보다 클 때에만 이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에 정확한 소득파악이 제도도입의 전제조건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윤홍식, 2005).

III. 미국의 빈곤정책-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확산
1. 공공부조의 개혁
□ 미국의 복지개혁은 1996년에 개인책임 및 근로기회조정법 (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Reconciliation Act)을 통과시키면서 이루어졌다. 이 법은 1935년부터 미국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어오던 사회보장법 (Social Security Act)내 공공부조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 법의 실행으로 이전까지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의 빈곤가정에게 제공해주었던 공공부조 프로그램인 AFDC가 폐지되고, 한시적 부조프로그램인 TANF 제도가 시행되었다.

□ TANF 프로그램은, 노동참여를 전제로 하는 한시적 공공부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존의 다른 공공부조 프로그램과 차별적인 가장 큰 특징은 공공부조를 수급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자격조건 (eligibility)의 충족”이 부조수급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공부조를 수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빈곤가정이라고 할지라도 공공부조 수급의 보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TANF 프로그램 하에서는 공공부조 수급의 자격을 갖춘 빈곤가정이라고 할지라도 부조수급 가능기간이 60개월로 제한되며 24개월 이상은 연속해서 공공부조 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빈곤층은 복지개혁으로 인해 경제적 최저생활을 보장받도록 규정되어 있는 복지수급권 (welfare entitlement)을 박탈당했다고 할 수 있다 (김은정, 2004).

2. 노동연계복지의 강화
□ TANF 프로그램은 또한 공공부조 수급의 조건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의무적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모든 수급자들은 급여수급 개시이후 24개월 이내에 반드시 노동시장에 참여해야만 하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급여액을 삭감하거나 급여의 지급을 정지한다. [근로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소참여시간은 주당 30~35시간이며, 근로참여요건에 해당되는 활동들도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 이러한 노동연계복지 (welfare-to-work)를 공공부조 제도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설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빈곤계층의 취업가능성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의 개선이나 경제적 자립능력의 증진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의 확대 등과 같은 공적투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TANF 프로그램의 실시이후 근로로 인정되는 직업교육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제한하고, 직업교육에 등록할 수 있는 공공부조 수급자의 수도 제한하였으며, 고등학교 졸업이나 대학진학시 제공해주던 기존의 경제적 지원들도 철회하였다 (Mink, 2002).

□ 미국 공공부조 제도의 이념적 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 (Karger, 2003)에 따르면 1996년 복지개혁은 미국의 공공부조제도를 없애고 그것을 노동 및 조세정책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평가된다. 비록 미국의 공공부조 예산은 전체 연방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는 기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예산 (22%)이나 국방예산 (18%), 의료보험 예산 (10%)에 비교해볼 때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공공부조 급여의 존재 자체가, 미국인에게는 노동시장이 전체 미국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의 표상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즉, 공공부조 자체가 자본주의의 실패로 상징되어왔다는 것이다 (Karger, 2003).

□ 복지개혁 이후 미국의 복지정책은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세정책을 이용한 노동유인의 제고방안에 주력하였고, 그 대표적인 예가 EITC 프로그램의 확대이다. 미국의 EITC 프로그램은 소득수준과 자녀의 수 EITC 급여산정은 자녀수와 근로소득의 수준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아동수 (0명, 1명, 2명 이상)에 따라 3가지의 상이한 급여체계로 구분되기 때문에 보편적인 아동수당이 없는 미국의 경우 이것이 아동수당의 역할을 한다고 간주된다.
를 고려하여, 근로소득이 일정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일정비율의 금액을 저소득층에 환급해주는 제도이다.

□ 1999년부터 EITC 프로그램은 자산조사에 근거한 소득보장프로그램 중 미국 연방예산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EITC 시행초기에는 연방정부의 EITC 지출 예산이 공공부조 프로그램인 AFDC의 1/4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8년이 되면 연방정부의 EITC 예산이 AFDC (TANF)예산보다 100억 달러 이상 많아져서 1.5배 이상이 된다 (Ozawa, 1995, 윤홍식, 2005에서 재인용). 현재 EITC는 공공부조 정책이 노동정책으로 전환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서, 가장 광범위한 빈곤인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복지입안가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전일제 노동자가 있는 4인 가족이 EITC 급여와 식품권 (Food Stamp) 혜택을 받으면 빈곤선 이상의 소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확실한 청사진을 제공해주고 있다. [EITC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현재 14개의 지방정부가 그들 나름대로의 EITC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3. 지방분권의 강화
□ 1996년 복지개혁은 또한 연방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복지프로그램 운영권을 크게 강화시켰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재정지원인데, 복지개혁을 통해 기존의 상응교부금 (matching fund) 방식에서 각 주별로 일괄교부금 (block grant) 방식으로의 변화가 발생하였다. 즉, 과거에는 각 지방정부가 공공부조를 위해 지출하는 금액에 비례하여 중앙(연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복지개혁을 통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정해진 금액의 교부금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액의 교부금과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을 통해, 지방정부는 공공부조 프로그램의 계획 및 실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게 되었다.

□ 복지개혁 이후 지방정부의 공공부조 정책의 주요 변화를 살펴보면, 첫째, 공공부조 예산 중 현금급여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노동지원활동에 대한 지원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둘째, 복지개혁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공공부조 급여제공 의무가 없어짐으로써, 지방정부는 자율적으로 급여신청자들에 대해 현금급여 제공 대신 다른 방식의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많은 지방정부들이 공공부조 담당기관을 복지사무소 (welfare office)에서 노동센터 (work center)로 바꾸고 적극적인 노동활동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김환준, 2004). 전체적으로 보면 연방정부의 복지운영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면서 복지수급자들에 대한 수급자격이 지속적으로 엄격해지고 있으며 복지재정의 축소, 복지다원주의의 강화, 민간복지부문의 활성화 등이 강조되고 가고 있는 경향이다.

IV. 탈중심화 시대, 빈곤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제 및 시민사회의 역할
1. 지방분권시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과제
□ 중앙에 집중된 자원관리의 총괄기능을 지방으로 이양함으로써 지방의 자치역량을 키우고 그에 근거하여 지역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목표의 지방분권화는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목표이다. 이러한 지방분권화는 사회복지의 여러 분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경향으로서 분권화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지방정부의 복지서비스 제공 역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지역사회의 빈곤문제 해결의 가능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현행 법령상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사무분류 체계는 국가사무, 지방위임사무, 지방사무로 구성된다. 사회복지 사무 중에서는 전국적으로 제도를 통일할 필요성이 큰 사회보험 관련사무와 공공부조 관련사무가 국가사무 (혹은 개별법령에 의해 지방위임사무)로 규정되어 있으며, 그 밖에 사회복지 전반에 관한 사무는 지방의 고유사무로 규정되어 있다.

□ 지방분권화와 관련된 최근의 논의에 따르면, 지금 현재 국가사무로 규정되어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무와 의료급여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백종만, 2004). 이는 지방정부의 빈곤문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수준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공하는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의료보호 급여는 국민의 생존권의 실현을 위한 권리이다. 따라서 대상자 선정의 기준과 급여의 수준 및 종류가 전국적인 통일성 원칙에 근거하여 전 국민의 권리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소외받는 인구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초생활수급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사회의 경우 그 지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일반적으로 낮고 경제적 개발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복지공급역량이 약화되어 지역간 빈곤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빈곤계층을 위한 복지비 지출을 증가시키는 경우 이것이 그 지역으로 빈곤계층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지방분권화가 진행될 경우 지방정부가 오히려 빈곤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 따라서 이 부분을 전면적으로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겠다. 즉 지방정부의 재정적 불건전성, 사회복지지향보다는 경제개발 지향적인 정책지향성, 중앙정부에의 의존적 관행 등으로 인해 복지사업, 특히 빈곤관련 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전면적으로 이양되는 경우 지역빈민의 복지가 오히려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빈곤문제가 갖는 특성이 지역적으로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일괄적 현금 혹은 현물 급여방식의 공공부조 서비스가 빈곤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빈곤정책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도 지역사회를 강조하고 복지수급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한 강조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중앙정부차원에서 공공부조 급여의 최저수준, 대상자 선정의 기준 등에 대한 기본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정액보조 혹은 정률보조를 하는 방식으로 빈곤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경우도 중앙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 및 급여수준 결정에 있어서 최소한의 수준을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지역의 물가, 주거비, 교육비 등을 고려하여 국가차원의 최소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지역적 최소수준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예산을 포괄적 보조금 방식으로 전환하여, 국가가 전체차원에서의 즉, 공공부조에 관한 사무를 국가사무로 유지하되,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극대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 빈곤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방분권화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예로는, 지방정부가 빈곤계층이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적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역 내 다양한 기관과 연계시키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 실행하는 것으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지역내 빈곤계층의 삶의 질 향상, 차상위 계층의 빈곤화 방지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시민단체의 역할
□ 지방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제고하면서 성공적으로 분권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주요 선결조건으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시민단체 등과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재정분권을 이루어내며 지방정부의 수권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주요과제인데, 그 중 수권기반의 조성을 위한 주요 세부과제 중의 하나가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 지방분권화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복지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방분권화는 지역의 욕구와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서비스 개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역의 빈곤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바처럼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지역분권화의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빈곤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민단체는 지역 내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네트웍으로 그 책임성을 다해야만 한다. 예산분석, 예산 실행의 감시 등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분권이 오히려 지방정부의 복지정책 감소, 중앙정부의 복지책임 회피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또한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의 의식개혁이다. 이것은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기초적 토대이며 또한 시민운동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는 중요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의 의식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은 지방분권화시대, 지역사회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는 지역내 빈곤 문제 해결과 빈곤 예방을 위한 주민들의 의견수렴, 공공부조 급여의 수급권에 있어서 권리의식의 강화, 빈곤정책에 관한 정보제공, 정책 판단의 자료 제공 등을 통해 시민사회의 의식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특히 최근 주요 복지사안으로 대두되는 근로연계복지 프로그램이나 근로소득보전제도 등이 올바른 복지이념 위에서 구축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어떤 복지영역에서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특히 빈곤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할 이념이 “당사자 주의”이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화를 이루어내고 그것을 통해 목소리를 내야할 사람들은 그러한 문제의 해당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사람들의 조직화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이들의 조직화를 돕는 것이 그 지역을 잘 아는 지역 시민단체의 주요 역할이다. 지방분권화가 강화되고 이것이 지역내 빈곤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시민단체의 이러한 조직화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 빈곤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소득보장정책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며 이 제도의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시민단체이다. 이제 지방분권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지역적 특성과 요구에 기반 하여 지역빈민의 실질적인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실제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담은 기초생활보장 프로그램의 개발은 시민단체의 주요한 책무라고 하겠다. 특정 지역의 물가, 주거비, 교육비 등을 고려하여 현실에 기반한 지역적 기초생활보장의 최적수준을 마련하고 특정 지역의 빈곤문제의 특성에 맞는 해결책을 제안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결국 지방분권화의 궁극적 과제는 지역내 시민사회의 주체적 참여에 기반한 지역복지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고, 빈곤문제해결은 이러한 복지정책 중 가장 중심되는 아젠다이다. 지방분권적 빈곤정책은 지역의 시민사회의 주체적 참여를 기초로 하여야 한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의 복지예산 분석 및 평가, 그리고 나아가 복지예산 수립과정의 참여기회 확대 등은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하는 과제라고 하겠다. 이를 위해 지역내 시민단체들은 복지관련 전국연대 모임 등을 활성화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복지예산 및 집행에 관한 표주분석 틀이나 평가기준 등의 수립을 공동으로 개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V. 결론
□ 이상에서 본 고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모두 심화되고 있음을 고찰하고, 이에 대응하는 현행 복지제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고찰하였다.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복지제도 발전방향을 개략적으로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빈곤문제에 대한 복지분야의 접근이 근로를 연계하는 방식, 조세제도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것이 가질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 다음으로 이러한 빈곤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지방분권화의 영향력을 함께 생각해보았다. 본 고에서는 지방정부의 빈곤문제에 대한 접근이 지방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지역의 빈곤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 오늘의 논의는 지역사회내 빈곤의 문제를 해결점을 찾기 보다는, 빈곤에 대해 접근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 몇 가지 생각해볼 점들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0차_정책세미나_발제문__빈곤문제(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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