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소수 부유층, 대기업 위한 ‘그들만의 감세 반대’

최근 감세 논란 및 복지재정 확충에 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양극화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재정․조세대책 수립을 촉구한다

최근 정부의 사회안전망 대책의 재원마련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의 소극적이며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된데이어 한나라당의 9조원 감세안이 재정․조세정책에 대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는 양극화해소를 위한 제반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연적으로 재정지출의 확대를 동반하며, 이는 현 상황에서 획기적인 재정․조세 대책없이 불가능하다는 인식하에 최근의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한나라당의 감세안을 반대한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인하 등을 통해 총 8조 9167억원의 세수를 줄인다는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서민의 조세부담 완화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 실제 효과는 상대적 부유층과 소수의 대기업에게만 돌아가는 ‘그들만의 감세안’일 뿐이다. 현재 근로소득자중 49%는 어차피 면세점 이하의 소득으로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으며 사업자의 49%도 과세미달자로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와 영세사업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조정한다면 이는 서민들이 아니라 상대적 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주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한나라당의 감세안은 스스로 제기한 정책과도 상충하는 모순된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12월 현행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재정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본인의 기여여부와 상관없이 조세를 재원으로 65세 이상의 모든 노령인구에게 일정수준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른바 기초연금제도라고 불리는 이 법안 재정추계에 따르면, 2005년 시행 단계부터 총 8조원의 국고부담이 발생해 큰 폭의 세율인상 또는 새로운 목적세 신설이 아니고서는 재정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도 이를 의식해 부가가치세 세율을 2% 인상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바 있다. 불과 1년전에 시간이 흐를수록 국고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제도 입안과 이를 위한 증세를 주장해놓고 이제와 ‘세금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은 이번 감세주장이 한나라당 스스로 제기해 놓은 정책과의 기본적인 일관성과 정합성도 갖지 못하는 정치공세에 불과하거나, 반대로 기초연금 법안 제출이 전혀 진정성이 없는 전시용 정책임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한나라당의 감세주장이 성장과 분배의 논쟁처럼 증세와 감세의 이데올로기적 대립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양극화해소에 필연적인 사회지출 확대의 발목을 잡고 종래와 같은 재정운용의 기조를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을 거둘 수 없다.

셋째, 현 단계에서 감세는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입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해 4조 3천억원 올해 4조 6천억원 등 연이은 세수 부족사태는 양극화와 인구 고령화 등 재정지출 규모의 확대를 가져오는 거시 환경의 변화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그간 별다른 세수보전 대책 없이 경기활성화라는 미명하에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인하함으로써 세수부족 사태를 자초한 것에서 기인한다. 당시에도 명분은 기업투자 및 경제활성화 였지만, 그 효과는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되고 있으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약 8조 6천억원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가 제기되어 있는 마당이다. 이처럼 세수부족사태가 매우 심각한 현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다는 거짓 명분으로 또다시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감세효과의 형평성문제를 넘어 세입기반을 복구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넷째, 우리는 세수부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세수부족 사태는 세수추계를 잘못하고, 각종 감면, 비과세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정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특히 각종 비과세, 저율과세, 소득공제 등을 통한 세금감면규모가 2003년에는 17조 5천억원, 2004년에는 18조 6천억원에 이르는 등 전체 국세의 14%정도를 차지할 정도이다. 더군다나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러한 세금감면제도는 이해집단의 입김에 따라 정책목적을 달성여부에 대한 실증적 근거 없이 연장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의 기본원리를 무너뜨려 세수기반의 약화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세형평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조세특례 제도의 개선과 과표양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세수 부족을 이유로 세율인상만을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수 없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양극화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의 확대는 결국 사회지출을 어느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급격한 인구고령화 등의 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재정지출의 확대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점에서 양극화해소연대는 감세냐 증세냐의 추상적 논쟁을 떠나 보다 근본적인 재정․조세대책을 수립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한다.

첫째, 불요불급한 세출을 줄이고 세출간의 항목조정을 통해 양극화, 고령화 등에 대비한 사회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성장 이데올로기에 포박된 과도한 경제개발비나 SOC 투자의 축소는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임을 강조한다.

둘째, 과도한 각종 조세특례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조세형평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한다. 18조 6천억원에 달하는 각종 감면, 비과세 규모의 일부만 조정하더라도 당장의 시급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재원마련은 가능하다.

셋째,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철저한 소득파악 및 이를 위한 인프라구축이 시급하다. 우리는 특히 자영자 소득파악율 제고의 해묵은 과제인 간이과세제도의 폐지를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OECD 평균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낮은 편에 속하는 담세율의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바탕해 기존 세율의 조정과 새로운 세원개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우리는 장기적 대책 수립 이전이라도 감세의 명분 및 효과의 형평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국제적 추세에도 어긋나는 법인세 세율의 환원문제를 시급히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2005. 10. 12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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