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다시 생각한다.

기획예산처의 사업성 부족(사업성 1.01, 종합평가 0.44)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지하철 3호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반론 각각이 자기 논리를 갖추고 있으므로 쉽사리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 문제는 매우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 데 1. 지하철 건설의 논리는 무엇이었으며 당초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 2. 지하철은 교통문제 해결의 최적의 대안이며 대중교통은 지하철 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하는가 3. 지하철부채로 인한 빚더미위에서 3호선 건설은 가능하며,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60년대 이래 고도성장을 거듭한 한국자본주의가 고도의 이동성을 추구한 결과 자동차 교통량이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끊임없이 도로망을 확충해 왔으나 이내 도로공급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늘어나는 교통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이 요청되었으며, 대량이동성, 안전성, 정시성, 신속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하철이 교통문제의 해결대안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지자제 시행이후 대도시의 단체장과 정치권은 각 도시의 인구규모와 도로구조,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방선거, 총선, 대선의 선심공약으로 남발하면서 경쟁적으로 지하철을 건설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건설된 지하철, 특히 대구의 지하철은 당초의 정책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막대한 재정적자만 안겨주는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구시는 지하철을 건설하면 승용차의 증가가 둔화되고, 대중교통의 수송분담율이 증대되어 교통혼잡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았으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는 낳고 있다. 지하철 건설 당시 대구시는 2006년에 인구가 34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았으나 2005년 현재 254만에 머무르고 있으며 교통량 또한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승용차 이용은 폭발적으로 증대하였으며, 지하철은 7%에서 3.8%로, 버스는 53.4%에서 29.8%로 대중교통의 수송분담율이 하락함으로써 대중교통은 더욱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당초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외에도 대구 지하철은 1. 막대한 건설비와 장기공사에 따른 문제(1호선 당초 공사비 7,400억이 1조 5천억으로 증액, 2호선 5,600억이 2조 3천억으로 증액. 1호선이 3년, 2호선이 5년 연장 등) 2.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었고, 역사가 많아 신속성도 확보하지 못한 점 3) 더욱이 2003년 현재 대구시 부채 2조8,473억원 중 1조3,444억원이 지하철 부채로 이자만 2008년까지 매년 200~600억원을 지급해야 하고, 2호선 개통시 운영적자만 한해 800억원에 이르게 되어 대구시는 이미 파산상태에 돌입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는 1조 3천억으로 3호선을 건설하려는 바 이는 1, 2호선의 분명한 실패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혀 없고, 파산상태의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계획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구시의 교통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하철 3호선을 추진하는 한편 4차 순환도로 등 자동차 중심의 도로공급에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고, 시내버스를 개혁한다면서 온갖 부산을 떨고 있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성공할 수 없으며 예산낭비와 시민부담만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대중교통을 살린다면서 자동차 유입을 증대시키는 정책이 말이 되며, 시내버스를 활성화시킨다면서 지하철을 추가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그 많은 재원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이제 교통정책의 일대 혁신, 중심이동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살릴려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도로공급을 자제해야 한다. 부채가 줄기까지는 신규 지하철을 유보해야 한다. 발달된 도로망(자동차 통행속도 전국 1위)과 기존 지하철 노선을 활용하는 새로운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하철 노선을 대신할 신개념의 BUS System을 도입, 중앙버스차로제와 BRT(고급급행간선버스), 도심순환버스 등 노선을 재정비하고 지하철1, 2호선과 Network망을 구축할 경우 고비용의 도시철도를 대체, 보완할 수 있고 건설비도 지하철의 6~9%에 불과한 만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승용차보다 빠르고 편리한 버스시스템, 지하철에 버금가는 신속성과 안전성, 대량이동성을 갖춘 버스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는 이미 브라질의 꾸리찌바 등 선진국과 서울시 등의 성공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 대구일보에 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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