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학교] 바다와 섬의 작가로부터 위로받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한다”

시민학교 4강 _ 바다와 섬의 작가 한창훈이 전하는 삶의 위로, 해학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사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고 말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깊숙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하는 것, 이윽고 뒤어인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한창훈,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책머리 중]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귤도 어떤 과일인지도 몰랐던 시절, 배를  타던 외삼촌이 보여준 외국의 풍경을 동경하여

막연히 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어서야 바다와 섬에 대해 기록한 글과 기획서를 들고 무작적 찾아간 인연으로

동료시인 작가와 함께 한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부산―두바이’, ‘홍콩―로테르담’

두 번의 대양 항해를 하며 근해에서만 머물렀던 답답증을 풀기도 했다.

특히 인도양과 수에즈운하를 거쳐 지중해를 통과한 다음 북대서양으로 올라갔던 두 번째 항해에서 느낀

지중해의 노을, 쏟아질 것 같았던 별, 200마리씩 떼지어 헤엄치던 고래 등.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새로운 경험 이야기로 시작한 시민학교 4강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공유라는 개념이 통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국경이 없고, 경계가 가장 느슨한 공간, 공동의 공간, 나와 너이 것이라는 대치가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바다위에서는 운명공동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보 공유 즉 소통을 해야한다.

공유와 소통이 존재하는 공간 바다.

10살 쯤 거문도를 나와 여수로 전학 가지 전,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했다.

글에 관심도 없고, 글 재주가 있다고 생각 또한 해보지 못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다.

음악실 디제이, 트럭 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등

직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쯤, 돈이 가장 적게 드는 것이 예술가라 생각하고 소설가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섬 출신인 내가, 어릴적 보았던, 나의  언어와 정서를 만들어준 ,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자신 삶의 어느 때  모습 하나를 기록해 놓고 싶은 것.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져 버릴 어떤 것

극히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런 동기를 기록하는 것이 글이다.

한창훈 작가의 작품에 드러나는 사람의 삶과,  자연과, 바다와 섬…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강연중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위로가 되는 강의. 였다.

새벽까지 길어진 뒷풀이 자리에서 다음달 거문도 답사 계획까지….모두들 풀고 싶은 것들이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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