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NGO – 2 세계의 의회 감시운동

엔지오2

세계의 의회감시운동 – 선거감시를 중심으로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그리고 23시간 동안의 연설

1939년 제작된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에서 스미스는 시골마을의 보이스카우트 대장이다. 그는 이 주의 상원의원 테일러에 의해 보궐자로서 미 의회에 입성하게 된다. 그러나 벅찬 가슴을 안고 첫발을 디딘 의회는 각종 이권에 가득찬 늑대들의 소굴이었다. 스미스는 회유와 압력, 방해책동 속에서도 한사람의 자유투사가 되어,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나가게 된다.

스미스는 간교한 계략에 말려 의원직을 박탈당하게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발언권을 얻게 된다. 도중 연설이 중지되면, 이젠 두번 다시 발언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신념을 갖고 국회의사당 상원회의에서 길고긴, 지루하고도 지루한 끝없는 연설을 쏟아 붇는다.

누군가가 자기의 말을 믿고, 자기가 옳았음을 밝히기 위해…. 그는 장장 23시간여를 떠든다. 신문사를 장악하고 휘두르는 테일러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보이스카우트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진실을 알리는 언론대전이 펼쳐진다. 의사당밖에서 자발적으로 신문제작-배포에 나선 보이스카우트대원과 나쁜 어른들이 필봉이 싸우고 있을 때, 스미스씨의 목은 조금씩 잠기어 간다. 그리고는 “난, 자유를 위해 결코 물려서지 않을 것이다”고 외친 후 쓰러진다. 영화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한두해 전부터 시작된 한국의 의회감시운동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공개적인 낙선운동을 벌인다고 선언하고 의회감시활동에 대한 관심의 폭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사회에도 바른사회를 만들어 가는 시민파수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존의 시민감시활동을 통해 확인한 것은 무능한 국회의원들의 모습뿐이었다.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턱없는 정보 부족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문화는 낙후되어 왔고, 그만큼 권력자들의 권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폐쇄된 성역을 허물어야 한다. 대의제도의 헛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세계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의정감시 활동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결정체가 되어버린 국회를 개혁하는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의회제도는 중세유럽 ‘국왕의 협의기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7세기 중엽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입법권의 담지자로서의 위상을 확립왔지만, 19세기 말엽 정당조직의 강화, 행정부 기능의 확대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입법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개방, 정직, 책임을 요구하자!

미국의 경우, 70년대에 이르러 시민단체들의 힘이 조직화되면서 정치개혁의 운동이 일어난다. 이들은 시민감시를 통해 정부, 연방, 주가 좀 더 개방적이고 정직하며 책임성 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70년 존가드너에 의해 코먼코즈 설립, 1971년 랄프네이더에 의해 콩그레스 워치 설립 등으로 미국의 의회감시 운동은 활성화하게 되는데 이 단체들은 비영리, 비 당파적인 시민단체들로서 정부부패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의회의 입법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정보공개법, 연방선거자금법, 공직자윤리기준법, 조세개혁법 등의 성과를 이뤄냈으며, 105회 의회부터는 대기업이나 노조 등이 정당에 무제한적으로 정치헌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Soft Money(정치자금) 금지와 시민권의 보호를 위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88헌장그룹, 투표개혁그룹, 민주주의 감시단이 영국을 대표해 정치개혁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정치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3세기 이상 지속시켜온 민주주의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 구조적인  개혁을 외치고 있다. 아도니스 보고서(The Adonis Report)에서는 영국정부에서의 의회의 실패에 대한 구조적인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라!

의회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들의 상설회의기관이다. 그러나 대의제도로 인해 국민들이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국민을 대표하는 머리와 입을 선출하기 위한 활동은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선거공약 위반사례를 적발해 인터넷과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파헤치고 끈질기게 추적하여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안한다.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의 Congress Watch는 Vote Chart를 가지고 있다. 일종의 국회의원들의 성적표인데, 중요법안에 대한 퍼블릭시티즌의 입장을 지지한 의원에게는 +, 반대한 의원에게는 -, 기권한 의원에게는 0을 표기하여 의정활동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베일에 가려진 정치인들의 선거자금을 들추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선거자금을 집중 감시해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정치인과 이익단체의 결탁을 철저히 추적하고 파헤쳐 공개한다. 일례로 코먼코즈는 납세자로부터 나오는 재원으로 형성된 700억 달러의 공공자원을 방송업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려던 디지털 방송 허가권과 관련하여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Corporate welfare란 세제감면, 보조금, 기타 정책 등 공익성이 의심스러운 기업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인데, 타임誌에 따르면 이러한 지원으로 인해 지난 5년간 약 6,250억 달러를 납세자가 부담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연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상당한 기부금을 제공하고 혜택을 받고자 하는데서 연유한다. 결국 그 비용은 납세자에게 그대로 부과되는 것이다.

코먼코즈는 정치권과 기업이 결탁한 기업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결국은 클린턴 대통령이 디지털 주파수를 불하받는 방송업자들이 공익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요구들을 추천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Take Action! – 행동하라!

“행동하라. 책임성을 유지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개방되고 도덕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당신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코먼코즈는 25만의 회원들이 막강한 로비력을 행사한다. 시민로비. 정치인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치면서 풀뿌리 시민운동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로, 지역구의 유권자로 활동한다. 코먼코즈의 매뉴얼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민주주의는 공공의 신뢰와 참여를 바탕으로 해서만 이룰 수 있다. 연방과 주, 지방을 막론하고 현 선거운동 자금 모금방식은 공공의 신뢰와 참여 모두를 훼손시키고 있다…..특수이익의 자금문화가 정책결정을 왜곡시키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원리를 근본에서부터 훼손시키고 있다.”

부정행위로 인해 무너진 공공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하여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시민들은 참여하고 있다. 공공성의 회복인 것이다.

Congress Watch는 1971년 랄프네이더에 의해 설립되어 14만 회원을 갖춘 비영리, 비정당, 공공이익집단인 Public Citizen의 일부이다. 의회감시는 의회를 모니터하고 로비, 공공교육, 연구와 매체를 통해 소비자 권리, 정부와 기업책임, 재정개혁, 깨끗한 환경, 건강과 안전보장 위해 싸운다.

Congress Watch 회원들은 후보들의 선거자금 모금·사용 실태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의정활동평가, 정책평가, 정치자금 감시, 선거 감시등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회원들은 지역구의원에게 전화걸기, E-mail보내기, 편지 쓰기 및 의원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로비, 신문기고, 공개포럼, 지역정부 모임에의 참여, 투표에의 참여 등으로 시민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과 참여, 행동

최근 한국에서의 의정감시활동은 통제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의 의정감시활동으로 의원들의 회의 참석률이 예년에 비해 높아졌으나 유권자를 의식한 추상적이고 인기성이 짙은 발언과 법안심의와는 관계없는 정치성 발언은 여전하다.

민주주의는 정치에서만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지배이며, 동등한 다수라는 평등의 관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권자로서의 참여가 없는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상과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신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20세기의 역사에 있어서 여성의 참정권 확대를 쟁취한 여성참정권론자, 민권운동가 및 반핵투쟁으로 단결한 시민들이 우리의 역사를 바꿔왔다. 아직도 우리의 국회는 회의록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은연중에 잊고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은 시민 스스로의 몫이다. 지금 우리는 스미스가 되어 국회로 향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한겨레 신문 1999년 6월 28일자 “[희망의정치-9] 외국선 시민사회 자율에 맡긴다”
시민의 신문 1999년 8월 23일자 “시민단체 의정활동 감시 나선다”
월간 참여사회 9월호 “미국의 참여연대, Public Ci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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