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인상 논의에 대한 비판과 제언

대구시를 시작으로 지방의원 의정활동비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공청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개최된 대구시의 공청회는 시민의 참여가 부족했고 제공된 자료도 부실하여 시민공청회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 참여자들 대부분은 인상 반대나 최소 인상 또는 인상을 하더라도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 공청회에서 제시된 인상 찬성의 주요 논리는 ▲현재의 의정비 수준으로는 생활과 활동이 어렵다.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유능한 인재가 유입되려면 인상되어야 한다 ▲타 지역 의회들이 먼저 인상하였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 ▲최대치로 인상해도 추가 비용이 크지 않아 재정에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비용이 더 든다고 해도 의정활동을 더 잘해서 예산을 절감하거나 제대로 쓰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동의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문제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현재 대구시의원은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해 연간 6천여만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다 의정운영공통경비, 정책개발비, 해외연수비가 있고, 각종 위원회 위원장이나 교섭단체 대표의원 등은 별도의 업무추진비가 있다. 더군다나 의정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월정수당도 물가인상률과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감안하여 꾸준히 인상되었다. 따라서 대구의 경우 남구의회 등 일부 기초의회 의정비는 다소간의 인상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그 외 의회 특히 대구시의회 의정비의 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

둘째, 지방의회 의원들의 상당수가 회사 등의 유급 직책을 겸직하며 연간 수천만원에서 수 억원까지 벌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이 돈 걱정 없이 의정활동에 전념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시민단체의 의정활동 평가 결과 더 부진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정비를 올리면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되는 대구 지역에서는 자질과 역량보다 있는 사람, 빽 있는 사람이 공천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오는 7월부터 지방의원도 상시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광역의원은 연간 5천만원, 기초의원은 연간 3천만원 한도이다.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의원은 후원회를 통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의회 예산도 증액하고, 의정비도 인상하는 것은‘꿩도 먹고 알도 먹는’몰염치다.

넷째, 대구 시민의 민생이 어렵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도 부족하다. 지난해 근로소득자의 연간 평균임금은 4천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이고, 물가인상 등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서민경제가 코로나 유행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지자체 세수도 줄었고, 기초 지자체 교부금도 줄었다. 수백, 수천만원에 불과한 복지예산, 청년예산을 요구해도 돈이 없다며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의원들의 예산을 수억원 늘린다면 시민들은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의정활동비를 동결하거나 최소한의 인상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상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으며, 만약 인상한다면 아래 몇 가지 전제조건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의정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의정활동비는 생활비가 아니라 의정활동을 위한 연구와 자료수집 등에 사용되는 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쓰여 왔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인상한다면 실제로 의정활동에 쓰였는지 검증받아야 마땅하다. 대구시의회와 9개 구·군 의회는 의정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겸직을 금지하고 의정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대구 지방의회 홈페이지 의사일정을 살펴보면 연간 회의 개최 일수가 광역의회는 100~ 110일, 기초의회는 70~ 80일 정도에 불과하고, 많은 의원이 다른 일을 겸하고 있다. 기초의원의 경우 의정비만으로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급여성 활동으로 얼마간의 소득을 얻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급여성 소득을 얻는 직책은 겸직을 금지하고 의정활동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의정활동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의정비와 각종 의회 예산이 증액되고, 정책지원관도 증원되고 후원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 결과로 의정활동이 어떻게 진일보하고 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원들은 평가받기를 꺼렸고, 시민단체들의 평가도 주관적이라며 평가절하하였다. 그렇다면 이참에 의회 산하에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평가기구 구성, 객관적 평가지표 개발 및 정기적 평가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윤리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사건이 있을 때만 윤리위, 윤리자문위를 개최할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윤리 실태를 조사하고, 해외연수 예산 등을 잘못 쓴 경우 관련 경비를 환수하는 실제 사례도 남겨야 할 것이며, 출석정지 등의 징계를 받으면 의정비 지급을 중단하는 장치도 모든 의회가 마련해야 한다.

대구시의회와 9개 구·군 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전제조건부터 갖추어야 한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사항을 권고하고, 의회는 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 대구시의회나 구·군의회들이 시민공청회에서 제시된 이런 의견을 무시하고 인상을 강행한다면 시민들의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