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민주주의가 싫다’, 시민의 토론 청구까지 막는 홍시장 비판

오늘(3.20) 대구시가 ‘정책토론청구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청구인 수를 300명 → 1,500명으로 늘리고 ▴선거권이 18세로 하향되었으므로 청구인 연령도 19세 →18세로 낮추고 ▴토론청구 제외 대상을 현행 ‘과거 ‘6개월 이내’에 토론회를 실시한 사항’을 ‘1년 이내’로 늘리고, ‘해당 사무처리 종료일부터 2년이 지난 사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이 조례는 지난 2007년경 김범일 시장 때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시정혁신기구의 설치를 제안하고, 대구시가 이를 수용하여 시 공무원, 각계 전문가, 시민단체 인사 등이 참여하는 ‘시정혁신기획단’을 설치하여 시민의 시정참여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채택, 2008.3.5. 제정되었다.

그 후 이 조례에 따라 정책토론회가 개최된 것은 코로나19 유행 3년간 개최되지 못했던 점도 있었지만 15년간 9회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토론할 필요가 많은 주제들이었다.

횟수

일자

주제

1

2016.12.16

양성평등 정책토론회 개최

2

2017.09.06

아동급식 정책토론회

3

2018.12.07

발달장애인 시민권 보장 및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4

2019.10.23

성서자원회수시설 개체사업 정책토론회

5

2019.11.12

시민원탁회의 평가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6

2021.01.27

박물관 정책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

7

2021.06.18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8

2022.04.05

나드리콜 자동문 설치에 관한 정책토론회

9

2023.02.14

제2 의료원 관련 사항 및 공공의료 강화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

(2023.3.20. 현재 대구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검색)

뿐만 아니라 이런 토론회 때문에 논쟁이 과열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거나 대구시 정책추진에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이 토론회 결과로 대구시의 정책이 크게 수정되거나 폐지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청구인 수를 1,500명까지로 높이는 등의 방안은 사실상 이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나 공론장을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로 인식하는, 민주주의를 싫어하고, 토론을 기피하는 홍준표 시장의 권위주의 행정의 발로이다.

현재 타 시, 도의 경우 청구인 수는 대전 500명, 서울 5,000명, 광주 300명 등이고, 토론 제외 대상 기간은 ‘1년 이내’로 되어있다. 대구시의 청구인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제외 대상의 기간 범위가 짧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이 조례 제정 당시 시민의 토론청구 요건을 완화하여 시정참여를 활성화하려는 진일보한 문제의식을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공유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항은 타 시, 도들이 문턱을 낮추어야 할 일이지 대구시가 문턱을 높일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구시가 이 조례를 성실하게 운영해 온 것도 아니다. 지난 2.14 개최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문제 및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의 경우 장소의 접근성, 난방 배려, 주제 발표자에 대한 사례비 등 여러 면에서 대구시가 주최한 다른 토론회에 비해 열악하였다. 대구시는 시민이 청구한 토론회가 잘 개최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지도, 성실하게 배려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대구시가 내놓은 안은 문턱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이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력히 규탄한다. 그러나 대구시의 이러한 정책은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이래 보여준 행보에서 이미 예견되었다. 홍 시장은 후보 때부터 지금까지 토론 또는 논의 상대에 대한 막말을 일삼아 왔고, 취임 후에는 ‘위원회도 토론도 필요 없다, 시장이 결정하고 시민은 따르면 된다’ 식의 행보를 해왔으며 이는 정책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대구시와 시민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중단, 신청사 이전 원안 폐기, 공공기관 및 위원회 통폐합, 시민원탁회의 등 공론화 정책 폐기, 전국최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직권남용, 전국최초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 위법적 추진 등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이제는 시민의 토론 청구까지 막겠다니 기가 찰 일이다.

민주주의도, 토론도 싫어하는 홍 시장 취임 8개월, 대구시정은 민주주의가 급격히 퇴행하고, 권위주의가 발흥하고 있다. 대구시정에서 ‘시민, 참여, 자치’가 사라지고 있다.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라는 지방자치의 두 측면 중에서 주민자치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점 반드시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대구시, 시민토론청구 무력화하는 조례안을 철회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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