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9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은 후반기 이끌 자격 없다

9대 대구시의회에서 광역의회 부활 30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반기 2년 의장을 맡았던 이만규 의원이 후반기에도 의장을 연임할 개연성이 있다는 풍문이 단지 풍문이 아닌 것으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9대 시의회에서는 전례 없는 일들이 많았다. ‘파워풀대구’ 브랜드 변경 등 홍준표 시장이 조례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의안도 군말 없이 통과시키고,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등 전대 시장이 시민과 약속하고 의회가 동의했던 중대한 정책들을 하루아침에 무산시켜도 마찬가지였다. 공공기관 통폐합 등 오래 연구하고 숙고해야 할 수십 개의 조례를 무더기로 의결해 주고, 박정희기념조례 등 시민 의견 수렴이나 의회와 협의도 없이 홍 시장이 내뱉은 말을 정당화하는 역할만 되풀이하였다.

9대 시의회 전반기 2년은 홍준표 시장의 퇴행과 독주를 방치하고 편승하였다. 민생이 아우성인데 채무감축을 들고나와 시민의 삶을 옥죄고, 시민사회와 언론을 적대하며 시정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70년대로 되돌린 홍 시장의 폭주를 견제하기는커녕 동력을 공급하기 바빴다. 32명의 거수기로 들어찬 식물 의회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후반기 2년은 달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록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는 못했지만 시의회 의원 중에도 홍 시장의 퇴행과 폭주를 비판하는 의원들이 없지는 않았고, 대구 시정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후반기 2년은 이런 문제의식을 정비하여 집행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의회로 변신해야 한다. 그러자면 적어도 홍 시장 앞에서 당당하고, 의회의 공식적 목소리로 집행부에게 경고할 수 있는, 의회의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과 토론할 수 있는 의회를 이끌 의장단이 구성되어야 한다.

전반기와 다른 의회가 되려면 적어도 현재의 의장단이 고위 직책을 맡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거수기 의회, 식물 의회로 평가받는 전반기 의회를 이끌었던 의장이 후반기까지 연임하려 한다니 지방의회 유사 이래 이런 의회는 없을 것이다. 가히 파격적인데, 파격적인 변화가 아니라 파격적인 퇴행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후반기 의장단에 출마하려는 의원이 누구이며 어떤 이합집산이 있는 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현재의 의장단은 이런저런 출마 핑계를 찾지 말고 스스로 후보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시의원들은 지금부터라도 누가 연장자니 누가 다선이나 따지지 말고 의회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