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박정희 공항 논의 규탄- 박정희 국제공항, ‘글로벌 독재 마케팅’인가

 

박정희 공항 논의 규탄박정희 국제공항, ‘글로벌 독재 마케팅인가

 

대구・경북에 박정희 망령이 되살아 떠돌고 있다. 갈수록 가관이다. 동상 사이즈 경쟁도 등장했다. 조만간 모처에 “동양 최대 높이 동상”이라는 주장을 뉴스로 접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다 하다 TK통합신공항 명칭을 ‘박정희 국제공항’으로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허복 국민의힘 경북도의원이 최근 경북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 시간을 빌어 말을 꺼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맞장구를 쳤다는 후문이다. 허 의원이 든 근거는 외국 공항의 사례들이다. 대통령의 이름으로 명명해 브랜드화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인데 우리 실정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허 의원이 언급했다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 미국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보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들이 심각하게 반대하며 궐기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 호불호와 공과가 있을 때 수용 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박정희가 행한 민주주의 인사에 대한 탈법적 탄압, 장기집권의 시도 등은 결코 묵인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은 반민주 독재행위를 우리가 어떻게 모른 척하고 그를 우상화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아니라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름을 딴 공항도 있다. 이 선수의 고향인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의 공항 이름이 그렇다. 세계적인 스포츠인의 유명세를 타기 위한 로컬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공항 이름에 박정희를 넣는 것은 로컬 전략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마데이라 섬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가졌음에도 무명(無名)인 지역을 알리겠다는 이유를 든다면 박정희 공항은 더더욱 안 된다. 국제적으로 독재자로 낙인 찍힌 사람의 이름을 붙인 공항은 오히려 대구・경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을 심게 될 것이다.

감추고 싶은 지난날의 치부를 버젓이 하늘길에 재현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혀를 내두를 발상이다. 서슬 퍼런 독재의 핏빛 말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름의 공항에 세계인이 어찌 발을 들이겠는가. 신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서 대구・경북이 환영받을 수 있는 이름으로 긍정적 이미지의 공항명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공항이 진정한 의미의 국제공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대구・경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알리는 전략적 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박정희 공항이라는 명칭을 주장하는 것은 박정희 향수가 많은 지역의 보수 정서를 자극하여 정치적 결집을 노리는 정략이라고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다. 허 의원이나 박정희 공항 명명에 동조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무지와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자 신공항의 잠재력을 오히려 축소하는 무책임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현행 공항명칭 관리지침에 따르면 공항명칭은 지역명을 우선하게 되어 있어 사실 이 주장은 가능하지도 않다. 논란만 양산할 뿐인 지침에도 맞지 않는 이런 의견을 도민의 복리를 논의해야 할 경북도의회 회의에서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부디 반성하고 각성하길 바란다.

땅길에 이어 하늘길까지 우상화하려는 욕심은 어리석을 뿐이다. 대구・경북을 자신들의 정치적 놀이터로 여기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도 무모하고 유치할 수 있겠는가. 대구·경북이라고 막 던지고 보는 우상화 경쟁이 서글플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