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의사들은 정당성 없는 집단 진료거부 중단하라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발표에 반발하여 빅5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근무 중단을 시작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상급종합병원 5곳(경북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전공의 418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집단적 진료 거부는 정당하지 않다.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외면하고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행위이고, 그들의 주장대로 의료인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면 오히려 노동조건의 개선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충을 주장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난 사태를 거치며 의사 부족 문제는 이제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게 되었다. 국민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부정적 답변은 16%뿐이었다(한국갤럽, 2.13~15일 전국 성인남녀 1천2명 대상 실시). 압도적으로 의사 수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오히려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문제도 크다. 무너진 필수의료와 위기에 처한 지방의료에 대한 대책과 계획도 없이, 4.10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포퓰리즘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의사 부족으로 국민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려 한다면 응급,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의사 수 부족 진료과와 코로나19 환자의 80%를 담당한 필수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의사 부족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의대 설립으로 부족한 의사를 정부가 책임지고 육성하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 등의 대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는 더욱 명분이 없다. 이들은 의사를 공공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의대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수많은 비극에 대해서는 대안을 말하지 않고 의료수가 인상만 주장한다. 한국 의사 평균 연봉이 OECD 최상위 수준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의 6배를 넘는다는 점에서 보면 이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 진료 거부 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전공의들이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나서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전공의들은 지금이라도 진료 거부가 아니라 필수·공공 의사 인력 확대를 요구해야 하며, 의대생들의 동맹(집단)휴학 계획도 철회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은 ‘강경한’ 입장으로 의협과 대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의사의 공공적 양성과 배치라는 본질적인 해결책을 두고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의협 등과 강경하게 대치하는 듯하다가도 그들과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협 등의 요구를 수용해 수가를 인상해 주고 그 부담을 노동자·서민들에게 떠넘기는 선택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벌써 환자들의 불안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응급실 병상이 줄고, 수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먼저 진료를 중단한 세브란스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등 전공의의 부재로 수술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한다. 환자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입원이 지연되고 수술 일정도 잡히지 않아 불안에 떨고, 임산부의 출산 수술이 연기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의 고통,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들은 과연 ‘히프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그 의사들이 맞는가. 정당성 없는 집단 진료거부 즉각 멈추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