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대구 10대 응급 외상 환자 사망 사건에 부쳐

지난 3월 19일 오후 대구시 북구의 한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해 크게 다친 17세 학생이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119구급차를 타고 2시간 이상 떠돌다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추락, 교통사고 등 중증 외상 환자의 집중 치료를 위해 도입된 ‘대구·경북 권역외상센터’인 경북대병원까지 찾아갔지만,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119 구급대가 3곳의 상급종합병원에도 문의했으나 중증 외상 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2010년에도 4세 ‘장중첩증’ 환아가 대구의 대학병원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구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장 파열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겪은 이후 대구시는 지역의 허술한 응급 의료체계를 개선해서 응급의료 시스템은 전국에서 최고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응급의료 현실은 전국 최악의 과밀도와 응급사망률이 10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13년 만에 또다시 불행한 일이 반복하여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복지부와 대구시는 공동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조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응급의료체계 문제점에 대한 근본 대책은 이미 보건의료 전문가들 의 연구 결과에 나와 있다. 대구에 상급종합병원이 많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강력한 행정 처벌도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구에는 5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하지만, 개인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이어주는 ‘허리 역할’을 하는 3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병상은 부족하다. 따라서 경증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몰림에 따른 ‘응급실 과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에서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이는 지역의 응급의료 관련 지표인 치료가능 응급사망률이 전국 최상위를 차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이미 대구시 보건의료 현황발표에서도 보고하고 있지만 보고에 그칠 뿐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전문가 연구용역에서 대구지역에 중환자, 응급환자를 감당할 종합병원이 부족하고 동북권에 부족병상이 1,000개가 된다는 결과에 따라 400~ 500 병상의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응급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대책’과 동시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고 타당하다는 판단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현재 홍준표 대구시장이 무산시킨 것 아닌가?

또한, 정부가 지난 2018년 전국을 70개 중 진료권으로 나누고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 바가 있다. 대구 서남권 책임의료기관으로는 대구의료원이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사망 환자가 발생한 대구 동북권에는 아직 지역 책임의료기관조차 지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동구의 경우 상급종합병원도 없어 중증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치료 시작에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따라서 대구시는 중증 응급환자를 포함한 대구 동북권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제2 대구의료원을 동북권역에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

2015년 제정된 대구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에 ‘시장은 효율적인 응급의료 지원 시책을 강구하고 추진하는 등 응급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많다는 이유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무산시킨 홍준표 시장은 과연 대구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안타까운 17세 학생 사망사건에 대해 홍준표 시장은 지역 행정 최고책임자로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답해야 한다.

대구시는 먼저 대구의료원의 응급의료 기능부터 대폭 강화하고 동시에 ‘권역별 외상센터’ 수준의 응급 의료 시스템을 갖춘 400~500병상 규모의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치료가능 응급사망률을 줄이는 근본 대책이라는 점을 수용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17세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엄중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홍준표 시장은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시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시급하게는 ‘응급환자 적정 병원 이송체계’ 등 구체적인 개선책과 함께 대구의료원의 응급환자 진료 역량을 빠르게 크게 강화하고 코로나19의 고통을 겪은 대구시민들의 염원인 제2 대구의료원 설립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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