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홍 시장의 ‘하명 감사’ 기관으로 전락한 대구시 감사위원회 비판

– 감사위원회, 홍 시장의 의도에 짜 맞춘 감사, 독립성 잃고 정치 도구 자초

– 청렴성 제고가 아닌 재정 감축에 초점을 맞춘 감사, 감사기관의 역할도 벗어나

– 감사위원회는 위상 재정립하고, 시의회는 감사위원회의 감사행정도 감사해야

대구시 감사위원회가 11.15 발표한 학교급식,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대구교통공사 전출금 등 3개 분야 감사 결과에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셀프 감사, 솜방망이 감사라는 비판을 받아 온 기존의 독임제 감사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감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인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을 촉구해 왔던 대구참여연대가 볼 때 이번 감사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서 학교급식 분야의 ▲수의계약 배제사유가 있는 자와 부정적 계약 문제 ▲위장(유령) 업체 설립 입찰방해 혐의, 시내버스 회사의 임원 인건비 표준운송원가 대비 과다 집행 문제, 교통공사의 직위해제자 및 피징계자에 대한 보수 부정적 지급 문제 등을 밝혀내고 수사의뢰 등 책임을 묻는 유의미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감사는 홍준표 시장이 미리 밝힌 의도와 정치적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한 ‘하명 감사’는 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한 표적을 겨냥한 ‘표적 감사’, 재정 감축이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결론을 짜 맞춘 ‘정략 감사’의 성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첫째,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 ‘진보좌파의 포퓰리즘’ 정책을 없애기 위해 학교급식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고, 대구시장이 되어서도 ‘학교급식은 좌파의 돈줄’ 운운하며 감사의 의도를 미리 밝혔다. 이에 감사위원회는 예를 들어, 학교가 매일 작성하는 식재료 검수서에 담당자 2명 중 1명의 서명이 누락된 건이 87일간 반복된 것을 두고 교육청은 1건으로 집계했음에도 87건 위반으로 판단하는 등 같은 내용을 대단히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이러한 기준을 다른 기관 감사에는 적용하지 않고 학교급식에만 적용했다.

감사기구는 꼼꼼하게 감사하고 누구든 부조리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역대로 보수교육감이 내리 장악해온 대구 교육청의 학교급식이 어떻게 좌파 단체의 돈줄이 될 수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급식 노동자 중에 몇 명이라도 민주노총 조합원을 엮어서 매도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는 의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감사위원회가 홍 시장의 이념적 성향, 정치적 의지를 대리한 하명 감사로 보는 이유다.

 

둘째, 이번 감사에서 감사위원회는 정책기구가 아님에도 뜻밖의 정책제안까지 하였다. 감사위원회가 청렴성 제고. 예산낭비 방지 등을 위해 제도나 정책의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분야 감사 결과 중 중・소형시내버스 도입,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탄력배차 확대(버스감차) 등의 사항은 그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버스대수 감축 등의 정책은 그 타당성도 문제지만 정책부서가 다룰 일이지 감사기구가 다룰 사항은 아니다. 시장은 자신의 정책적 목표를 위해 주어진 권한으로 행정부서를 활용할 수 있고 그 공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감사기구는 달라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감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감사는 청렴성 제고라는 본래적 목적보다는 채무감축을 목표로 내걸고 온갖 분야의 공적서비스 예산을 줄이고 있는 홍 시장의 정치적 목표에 충실한 감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그 도입 취지와 역할을 벗어나 과거보다 더 시장의 의도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도 문제지만 권력자의 이념과 의도에 따른 표적 감사, 먼지털이식 감사로 문제를 부풀리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감사는 더욱 큰 문제다. 대구시 감사위원회가 감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잃고 권력의 도구를 자처한다면 감사기관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자성과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대구시의회는 감사위원회의 감사행정에 대해서도 감사하고 역할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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