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구시의회, ‘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유치 동의안’ 유보하라!

오는 10.17(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중에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광주·대구 공동유치 동의안(아시안게임 유치안)’이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유치안’은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데 비해 그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민의 동의를 얻기는커녕 대다수 시민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기에 서둘러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가 1조817억원으로 국비 3,246 억원을 지원 받아도 대구시는 최소 2,300억을 부담해야 하고, 사업비가 커질 경우 3,000억~ 4,000억까지 부담해야 하는 대형 사업으로 철저한 검증 없이 추진하다가는 막대한 후과를 치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의 10.11 기사에 따르면 전남도의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는 국가예산(1001억원)과 지방예산(5031억원)을 투입했지만 2010년 첫 대회 이후 4년 만에 191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남겼고, 인천아시안게임(2014년)도 국가예산 5039억원, 지자체예산 1조5460억원을 투입했지만 1조3336억원의 빚을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이렇듯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지도 모르는 대형 국제행사를 공론화 없이 추진하면 안 된다. 대다수 대구 시민은 이 사업의 의미와 예산 규모, 타당성 여부를 잘 모르고 있으며 공개적 토론도,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대구시가 막무가내 밀어 붙일 사안도, 시의회가 섣불리 동의할 사안도 아닌 것이다.

참고로, 광주시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일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가 이 동의안을 가결하고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내어 성토하고, 본회의 상정을 보류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시의회 의장단 면담도 추진하였다. 이에 광주시의회도 우려를 표하며,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시민공론화를 거쳐 재심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회에 촉구한다.

대구시는 ‘아시안게임 유치안’에서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통한 국가 및 도시 위상 제고’, ‘영호남 인적·물적자원 연계와 교류 활성화로 국가균형발전 기여’, ‘대구신공항 개항과 연계하여 남부경제권의 토대인 달빛고속철도 조기 건설’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주요도시들이 국제적 메가 스포츠 행사 유치를 기피하고 있는 이유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재정 악화의 늪에 빠져 시민들이 막대한 고통을 겪은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은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신청사 이전 등 시민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사안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도 시민적 동의가 확보되지 않은 이런 사안이야말로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 채무를 줄이겠다는 홍시장이 오히려 빚더미를 떠안을지도 모르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다. 홍 시장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

대구시의회 역시 이 사안만큼은 ‘홍시장의 들러리’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경제난 이후 연거푸 닥친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경제난에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를 헤아리는 시의회라면 수천억의 시민 혈세, 1조가 넘는 국민 혈세가 낭비될 지도 모르는 일을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 수천억의 예산이면 메가 스포츠 행사 유치가 아니라 시민의 복지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더 급하고 효과적인 일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회의 의회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