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태우 기념관 건립 주장, 당장 멈춰야

– 반란자, 학살자를 기념하는 것이 선진도시이며 대구의 자부심인가

–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이야말로 대구의 자부심, 몰역사적 주장 멈춰야

– 권영진시장 등 지역 정치인, 공공기관장들은 부화뇌동 하지 말아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가 치러진 와중에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 건립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방외교, 남북관계 개선 등의 치적이 있다는 이유로 반란과 학살의 원흉을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문재인 정부도 못마땅한데 ‘기념관’이라니 제정신인가.

최근 지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문희갑 전 대구시장, 박일환 전 대구시의원, 박승호 전 포항시장 등의 인사들이 “대구는 국난 극복과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지만 공적은 사라지고 독재와 수구, 재앙의 도시라는 오명만 쓰고 있어 대구의 정체성을 밝히고 자부심을 회복하는 시책이 필요하다”, “미국은 각 대통령의 고향에 기념관과 도서관 등을 짓고 평생을 기념한다. 우리도 이 같은 선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어찌 보면 대구가 배출한 유일한 대통령인데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장되게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등 기념관 건립을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시대착오, 가치 전도의 극치이자 몰역사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독재자라도 눈 씻고 찾아보면 치적 하나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중학살의 원흉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지어야 한단 말인가. 자식을 통해서 사과를 표하긴 했지만 살아생전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고, 아직도 5.18의 진상을 다투고 있는데도 진상 고백 한마디 없지 않았나.

이런 논리라면 히틀러 등 걸출한 독재자를 배출한 나라들도 그들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세울 일이다. 세계 어느 선진국, 선진도시가 독재자, 학살자의 기념관을 건립한단 말인가. 추앙하는 동상이나 기념물이 있다면 오히려 허물고 반면교사로 삼아 역사 정의를 세워야 마땅한 판에 시민 혈세로 기념관을 짓자니, 이런 식이라면 전두환이 죽어도 국가장으로 치르고 기념관을 짓자고 할 것 아닌가.

노태우씨는 대구 시민이 기념하고 자부해야 할 인물이 아니다. 항일의병운동과 독립운동, 2.28 민주화운동의 도시 대구야말로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다. 반란자, 학살자의 고향이 대구라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고, 역사적으로 심판해야 할 일이지 ‘기념’, ‘자부’를 들먹일 일이 아니다.

역사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민주화와 사회정의에 헌신한 인물들을 발굴하고 기념하자고 해야지 독재와 불의의 대명사를 위한 기념관을 짓자고 해서는 안 된다.

노태우 기념관 건립 주장, 당장 멈추라!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정치인, 공공기관장들은 이런 주장에 부화뇌동하지 말라.